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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양이, 오후

‘탄산고양이’라는 필명으로도 잘 알려진 전지영 작가가 보여주는 책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고요하면서도 자유로운 싱글라이프. 책, 고양이와 함께하는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것 같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충만한 시간에 대한 세심한 기록을 담고 있다.

작가
전지영,
발매
2017.03.25
브랜드
[예담]
분야
[소설/비소설]
페이지
200p
크기
118*178mm
가격
11,000원
ISBN
978-89-5913-484-7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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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시간
완전하지는 않지만 충만한 그 순간에 대한 세밀한 기록, 사소한 애정에 관하여


연고 없는 새로운 도시,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다른 이들은 짐작할 수 없는 혼자의 생활. 가족과 친구 대신 책을 쌓아놓는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한정된 공간에서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 셋과 인간 하나의 공존이 있다. 노년에 접어든 앙쯔와 소심한 밋쯔, 그리고 성장하는 새끼 고양이 카버. 삶은 자전거를 타고 가르는 공기처럼 아무렇지 않게 달라지고 있다. _ <그의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중

 

《혼자라서 좋은 날》, 《Blossom블로썸》 등으로 개성 강한 글과 감각적인 그림을 선보인 전지영의 에세이 《책, 고양이, 오후》가 예담에서 출간되었다. ‘탄산고양이’라는 필명으로도 잘 알려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책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고요하면서도 자유로운 싱글라이프를 보여준다.
전지영 작가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지만, 쓸쓸하다는 느낌을 갖기보다는 삶의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 매 순간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고양이를 돌보고, 요가를 한다. 책을 읽으며 지금 이 순간이 누군가는 평생 바라던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요가를 하며 나 자신을 바꿀 수는 없지만 조금씩 노력할 수는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 사는 고양이 세 마리를 보며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은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것 같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충만한 시간에 대한 세심한 기록을 담고 있다.
또한 《책, 고양이, 오후》 속에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탄산고양이’의 그림들이 담겨 있다. 책 읽는 여자와 그녀의 발치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 그림들은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애정’을 추구하는 이 책의 감성을 독자들에게 더욱 잘 전달할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
그것 또한 영원이 아닌 순간에 대한 애정이다

 

소설을 읽는 이유를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고백하는 작가는 《책, 고양이, 오후》에서 자신의 삶을 뒤흔든 열 명의 소설가와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한 편의 소설이 그 작가의 전 생애를 어떻게 아우르는지 기록함으로써 미처 몰랐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는 이 책은 열 권의 책은 물론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예민한 감성을 타고나 아름다움과 고통에 민감했던 프란츠 카프카와 그의 작품을 둘러싼 소송에 관한 일화는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세 개의 가명을 쓰면서 작품을 발표하고 작가에게 딱 한 번만 수여되는 공쿠르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 로맹 가리에 관한 이야기는 ‘진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슐러 K.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빛도 필요하지만 그림자를 드리우는 어둠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처럼  《책, 고양이, 오후》를 관통하고 채우는 열 명의 소설가와 작품들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소설 속에서 인생과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만든다.


누구라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혼자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_ <프롤로그> 중


혼자일 수밖에 없는 정신 활동을 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소설가 혹은 책 속의 누군가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충만하게 된다는 작가의 말은 평범하지만 인상적이다. 사소한 일상을 포착해 선명하고 생기 있게 기록한 《책, 고양이, 오후》를 읽으며, 독자들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혼자의 순간들, 그리고 그 속에서 갖게 되는 애정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더보기

전지영
요가를 가르치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항공사 승무원을 거쳐 여러 출판사에서 북디자이너로 근무했다. 《뉴욕, 매혹당할 확률 104%》(2005), 《혼자라서 좋은 날》(2012)을 비롯해 글과 그림을 담은 에세이 여섯 권과 어린이 교양서 《우리도 가족입니다》(2013), 컬러링북 《블로썸》(2015)을 쓰고 그렸다.


도서목차더보기

프롤로그
1 정말이지 삶이란
  프란츠 카프카, 《소송》,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고통
2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빛나는
  현실의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3 그의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로맹 가리를 향한 열렬한 포옹 《그로칼랭》
4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들
  레이먼드 카버, 그리고 《제발 조용히 좀 해요》
5 때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해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그것을 읽는 우리
6 그림자를 보며 걷다
  어둠이면서 빛, 어슐러 K. 르 귄의 《어둠의 왼손》
7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
  소포클레스, 저항하는 여인 《안티고네》
8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이었을까
  이디스 워튼이 살았던, 혹은 벗어났던 《순수의 시대》
9 순간에 대한 애정
  나쓰메 소세키의 이름 없는 고양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0 아무렇지 않은 삶의 표정
   앨리스 먼로, 그리하여 《디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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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삶이란 억지로 해야 할 일과 참아야 할 일이 차례대로 늘어서 있는 것 같다. 이런 피곤한 일이 해결되면 저런 짜증 나는 일이 생겼다. 서니 롤린스 흉내를 내는 미소포니아 환자 말고도 나를 괴롭히는 것은 꼬박꼬박 날아오는 온갖 고지서와 함께 잔뜩 쌓여 있었다.
“행복이란 녀석은 내 주소를 아예 잊어버렸나 봐요.”
어떤 소설에서 읽었던 이 말이 화장실 변기에 무언가를 빠뜨릴 때마다 자꾸 생각났다.
(<정말인지 삶이란> p. 22)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파국은 《위대한 개츠비》처럼 매혹적인 것이 되었다. 스콧이 자신의 소설 속 여주인공처럼 무가치하다고 여겼던(혹은 무가치하게 되길 원했던) 젤다는 데이지와는 다른 의미로 남았다. 후대의 사람들은 스콧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젤다를 이해해야 했다. 그녀의 예술 활동을 스콧과 그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스콧의 말들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과 혐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달려간 바로 그 지점이었다. 다시 말해서 그가 동경했고 동시에 경멸했으며 그 때문에 서로가 파괴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무엇, 젤다는 스콧 피츠제럴드를 규정하는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개츠비는 웨스트에그의 파란 잔디밭에 홀로 서서 데이지가 있는 바다 건너편의 초록색 불빛을 바라본다. 잡을 수 있다고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고 먼 길을 돌아온 그는 그것을 위해 기꺼이 추락을 선택한다. 그럴 가치가 없는 데이지, 사실은 그럴 가치가 없는 ‘데이지라는 이름을 가진 개츠비의 욕망’을 위해서였다. 그것은 무의미했지만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빛났다.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빛나는> p. 54)

 

누구라도 삶의 한순간, 뜻하지 않은 급류에 휩쓸려 절망할 때가 있다. 그 순간이 되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방향성과 타인의 방향성과 물리적인 방향성으로 꼼꼼하게 작성된 거대한 운명의 계획을 고쳐보겠다는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지 알게 된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자신의 방향성뿐이다. 비극은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방향성, 다시 말해 그 태도를 선택한 자신이 누구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킬레우스도 연약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운명의 좁은 선택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런 갈등을 느끼지 않는 아킬레우스의 태도는 그가 가진 초인간적인(혹은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동시에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신들의 존재, 즉 신성神性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해도> p.107)

 

빛과 어둠, 삶과 죽음은 따로 나뉠 수 없다. 빛이 없다면 어둠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양면을 가지고 있다.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함께 존재하는 것과 같다. 커다란 앞면을 가진 동전에는 반드시 커다란 뒷면이 있다. 강렬한 빛은 그만큼 짙은 그림자를 남긴다. 소설의 제목 《어둠의 왼손》은 어둠이 아닌 빛을 의미한다.
(중략)
“햇빛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니 이상합니다. 우리가 걷기 위해서는 그림자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요.”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무는 자랄 수 없다. 하지만 햇빛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복잡하고 끈질긴 성장에는 반드시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림자를 보며 걷다> p.125)

 

삶은 대개 악착 같은 것으로 채워지게 마련이지만 느린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비슷하게 익숙하면서 황량하다. 그 잠깐의 사이에 신기하면서도 아름답게 비치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삶의 표정이 세상의 어떤 탁월한 이야기보다 왜 이토록 깊은 인상을 남기는지 아직 설명
할 수 없다.
(<아무렇지 않은 삶의 표정>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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