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News

책소식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작가
임경선,
발매
2017.09.05
브랜드
[예담]
분야
[소설/비소설]
페이지
272p
크기
128*182mm
가격
14,800원
ISBN
978-89-5913-541-7 03810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 알라딘

책소식더보기

​  “교토에서는 느릿느릿 걷다 보면 구석구석 빈틈으로 사유가 비집고 들어온다”
임경선 작가가 교토에서 배운 정서情緖에 관하여

임경선 작가는 2016년 ‘마틸다’라는 출판사를 차려 직접 책을 냈다. 바로『임경선의 도쿄』.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터라 일본 특유의 정서를 이해하고 알려지지 않은 숨은 장소들을 많이 아는 작가는 이 모든 정보를 『임경선의 도쿄』에 담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별도의 마케팅 없이 초판 2,000부를 모두 판매했으며 인터넷서점 여행 분야에서 한 달 넘게 1위를 고수하기도 했다.
뒤이어 교토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작가는 ‘감각’의 도시 도쿄와 달리, ‘정서’의 도시인 교토는 “이 도시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일관되게 품어온 매혹적인 정서들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여겼다. 일부러 멋을 부리지 않는 도시, 돈보다는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한 도시, 전통을 지키면서 미래의 모습을 모색하는 도시, 교토는 “결코 변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지켜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실제로 행한다. 작가는 이 도시의 한 계절을 걸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영감을 받았고, 교토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정서와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리고 독자들은 임경선 작가가 안내하는 교토의 거리를 거니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교토와 교토 사람들은 자부심이 드높았지만 동시에 겸손했고, 개인주의자이되 공동체의 조화를 존중했습니다. 물건을 소중히 다루지만 물질적인 것에 휘둘리기를 거부했고, 일견 차분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단호하고 강인했습니다. 예민하고 섬세한 깍쟁이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지켜나갔고, 내가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을 향한 예의를 중시했습니다. 성실하게 노력하지만 결코 무리하지는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스스로 만들어갔고, 끝없는 욕망보다는 절제하는 자기만족을, 겉치레보다는 본질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갔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제가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인간상에 가깝습니다.
_「서문」에서

 
“살아가면서 생각의 중심을 놓칠 때 이곳이 무척 그리워질 것이다”
도시는 정서로 기억된다

작가는 주재원인 아버지 덕에 성장기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다. 요코하마와 오사카 그리고 도쿄에서 6년을 살면서,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일본의 많은 곳으로 여행을 다녔다. 단정하면서도 결기 있는 글의 느낌은 어쩌면 그 시절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일본의 도시는 도쿄와 교토. 그저 관광객으로 방문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으나 세 번째로 방문한 교토에서 일상의 장소들과 그곳에서 일하는 교토 사람들을 만났다. 여느 일본의 도시와는 다른 그곳만의 정서를 접하면서 의아하기만 했던 작가는 이 도시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어느새 교토와 교토 사람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기적이라고 오해를 사기도 하는 개인주의자 같은 면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접객 문화, 교토 특유의 노포, 오래된 것을 소중히 하는 정서 등 얼핏 보면 정이 없다고 할 만한 모습. 그러나 이 모습에는 역사적인 배경과 더불어, 자신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는 태도가 깔려 있었다.
동네 서점은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자기네 서점을 찾지 못하면 매장으로 전화해 문의해달라고 당부하고, 카페는 아이들과 시간을 좀 더 보내기 위해 일주일에 나흘만 영업하고, 잡화 가게는 미리 알고 찾은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오가는 사람들이 불쑥 찾지 않게 하기 위해 간판을 달지 않는다. 요즘 시대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 하지만 식당과 가게, 서점 들을 둘러보며 어느새 납득하게 되고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늘 바삐 달리며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도시의 존재만으로도 숨 쉴 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마을 공동체에 대한 예의. 한 공간에 머무는 다른 손님들에 대한 예의.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타인을 향한 세심한 배려는 내가 언젠가 고스란히 돌려받게 될 호의이기도 하니까. 쾌적한 공존을 위해 우리 모두가 조금씩 더 서로에게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이 아름다운 동네 서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넌지시 가르쳐주었다.
_74~75쪽에서

 

교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자 성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기주의를 조장하지는 않는다. 아니, 개인주의 본연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이루는 공동체는 건강하고 유연할 수가 있다. 남의 가게의 좋은 점을 좋다고 인정하고 널리 그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아량도 자기 가게에 대한 다부진 자부심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니까.
_190쪽에서

 

진정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알고, 폼 잡지 않고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교토, 작가는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인간상에 가장 가까운 도시라고 고백한다. 또한 작가는 말한다, “살아가면서 생각의 중심을 놓칠 때, 내가 나답지 않다고 느낄 때,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마음을 비워낼 필요가 있을 때” 교토가 무척 그리워질 것이라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
올가을에는 교토에 가야지

임경선답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교토의 면모를 이 책 한 권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간 교토라고 하면, 오사카와 함께 묶어 하루 이틀쯤 들르는 곳에 불과했다. 그런데 단순히 관광이 아닌, 머무는 여행이 각광을 받으면서 도쿄를 자주 찾던 관광객들이 교토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에 걸맞은 책이 때마침 나온 것. 임경선만의 까다로운 시선으로 선별한 교토의 정서와 장소들을 만나볼 시간이다.
임경선 작가가 소개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교토. 교토가 처음이라면 이 도시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두 번째라면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며 전혀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번 가을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를 들고 교토로 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정성스러운 대접과 근사한 시간에 감사합니다.’ 가게 쪽을 향해 손님도 깊이 머리 숙여 절하며 마지막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교토의 수많은 골목길 여기저기에서 오늘도 이런 정성이 넘치는 작별의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원해주는 일. 겉으로는 조금 차가워 보일지 몰라도 실은 은근한 속정으로 이렇게 여운을 남겨주기에, 교토와 교토 사람들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_231쪽에서
 

저자소개더보기


임경선
2001년 신문 칼럼을 쓰기 시작하여 2005년부터는 전업으로 글을 썼다. 사랑과 인간관계, 그리고 삶의 태도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왔다. 자유와 개인, 관대함과 솔직함을 좋아한다. 글을 잘 쓰고, 끝까지 자유로운 여자로 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산문 『나라는 여자』와 『엄마와 연애할 때』, 소설집 『어떤 날 그녀들이』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쓴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를 비롯 다수의 책을 냈다. 『기억해줘』는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다.



도서목차더보기

서문

1. 사색을 위한 기차
2. 알고 찾아가는 정성
3. 세월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4. 부부가 함께 일한다는 것
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서점
6. 초판, 중판 그리고 절판
7. 무서운 주인장들만의 매력
8. 풍경을 위해서라면
9. 가모강과 사람들
10. 카페 소사이어티
11. 교토의 빵 사랑
12. 물건에도 철학이 있다
13. 좋아하는 것이 이끄는 대로
14. 한 번쯤은 다와라야 료칸에서
15. 우리가 몰랐던 화류가의 인생
16. 처음 오신 분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17. 교토식 소통법
18. 진정한 호사
19. 아름다움을 지켜나가는 일
20. 진화하는 공동체
21. 자전거와 청춘
22. 차분하고 강인한 존재
23. 교토 남자
24. 숙소의 주변 동네
25. 악연 떼어내기
26. 잊지 못할 배웅

부록 | 임경선의 교토
참고 문헌
 

본문 주요문장더보기

익숙했던 장소를 벗어나면 내 안의 부드럽고 순수한 결을 마주하게 된다. 평소에는 잊고 지냈던 내향적이고 수줍은 나를 살살 불러내는 것이다. 창밖 풍경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기차 안에서 차분하게 사유하다 보면 머리와 마음이 깊은 호흡을 내쉬고 유연하게 이완된다. 머릿속에 엉켜 있던 문제들은 저절로 해답을 찾기도 한다.
_25쪽에서

 

전통 거리의 은은하고 서정적인 풍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업의 간판 색깔은 얼마든지 바꾸겠다는 암묵적인 다짐. 들쑥날쑥 제멋대로 지어진 잿빛 빌딩들이 경관을 훼손하게 둘 수는 없다는 결심. 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화류가에서는 아름답지 못한 전봇대를 땅 밑으로 집어넣어 전선 없는 거리로 만들어놓고야 마는 의지.
오로지 교토의 총체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주민들과 기업들이 기꺼이 협조한다. 나 혼자 튀기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려는 마음, 각자가 조금씩 양보하는 그런 마음들이 모여,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변함없이 유지해나간다.
_97쪽에서

 

길이는 총 31킬로미터나 되지만 폭은 좁아 중간중간에 징검다리를 심어놓은 가모강. 서울의 한강처럼 크지도 않고, 파리의 세느강처럼 밋밋하지도 않다. 자연 그대로의 울퉁불퉁한 굴곡을 가지며 들풀과 들꽃들이 제멋대로 피어 있고, 인공적인 조형물이나 시설 없이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유지해왔다. 빼곡히 심어진 나무들 덕분에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장소다. 그 아담하지만 명료한 존재감에서 내가 쓰고 싶은 이상적인 글의 모습을 본다.
_99쪽에서

 

옷을 벗고 여탕 안으로 입장해서 때마침 비어 있던 구석의 두 자리를 잡았다. 먼저 와서 씻고 있던 다른 손님들은 우리 모녀가 외지 사람임을 딱 보고 눈치챈 모양이다. 바로 옆의 등이 굽은 할머니가 수압과 물 온도 조절 법을 친절히 알려주신다. 할머니들의 오른편에서는 염색한 금발에 피부를 까무잡잡하게 태운 여자와 새하얀 등에 화려한 문신을 새긴 여자가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비누 거품을 만들어 구석구석 몸을 닦았다. 분주했던 하루의 마무리를 이렇게 동네 이웃들과 목욕탕에서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날의 피로와 고민거리를 모두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각자의 새날을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딸아이와 나는 그런 틈바구니에 끼어서 아주 오래전부터 그 동네에서 살아온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
_135, 137쪽에서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신경 쓰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어떻게든 전달하려는 것, 이것이 교토식 소통 방식이다. 또 무엇이 있을까. 교토 사람에게 뭔가를 제안했을 때 “고맙습니다. 그것 참 좋군요”라는 답을 듣게 된다면 그것은 5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퇴짜맞은 거라고 보면 된다. 만약 “생각 좀 해볼게요”라고 하면 그것은 100퍼센트 거절을 뜻하니 그것을 오해하고 ‘그럼 희망이 있다는 거잖아’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놓고 싫다고 거절하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고 생각하니까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이다. (…) 나도 상처 받고 싶지 않지만 상대의 마음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 서로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아도 눈치껏 상대방의 입장을 파악해주면 좋겠다. 이런 교토 사람들의 바람을 이해해주면 어떨까?
_168~169쪽에서

 

교토 사람들에게는 돈보다도 가치관이나 살아가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은 자극적이고 화려한 생활보다는 심플하고 온화한 삶의 방식을 지지한다. 교토에서는 수억 연봉도, 고급 외제 차도, 명품 브랜드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교토라는 환경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하기에 나답게 살아가면 그것으로 족하다.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대로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라고,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나에게 깊은 충만감을 줄 수 있는지, 반면 무엇이 필요 없고 의미 없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달아간다. 그것이 ‘진짜’의 인생이니까.
_177쪽에서

 

‘교토의 아침은 이노다의 커피 향기에서 시작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토 커피 문화를 상징하는 이노다 커피 본점도 1940년 개점한 이래 유럽 복고풍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다. 1999년에 본점 건물의 일부가 타버렸지만 1년 후 교토식 목조 주택의 외관을 성공적으로 재건해서 예전의 사랑받던 모습을 되찾아 단골 손님들을 안심시켰다. 과거의 노스탤직한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의자와 테이블은 예전부터 사용하던 것을 수리해서 다시 썼다. 결코 변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지켜나가는 일은 중요하니까.
_182쪽에서

 

내가 묵게 될 교토의 숙소라면, 그 가까이에 할아버지가 오랜 세월 혼자 운영해온 작은 헌책방과,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저 멀리서도 울려 퍼지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가 있으면 좋겠다. 아침에 숙소를 나설 때는 아이들의 맑고 기운찬 함성을 듣고 싶다. 저녁 즈음 숙소로 돌아올 때는 그 시간에 늘 그렇듯이 책방에 손님이 없어, 할아버지 혼자 돋보기 안경을 끼고 조용히 혼자 책을 읽으시려는 찰나에, 잠시 방해하고 내가 그날의 마지막 손님이 되어드리고 싶다.
_216쪽에서

 

멀티미디어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