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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식

무슬림의 장례 2

작가
훠다 지음, 김태성 옮김,
발매
2017.08.31
브랜드
[예담]
분야
[소설/비소설]
페이지
704p
크기
140*210mm
가격
704원
ISBN
978-89-5913-547-9 04820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 알라딘

책소식더보기

세계대전과 문화대혁명에 휩쓸리는 베이징,
어느 무슬림 옥기 가문에 농축되어 있는
미묘한 인생과 얄궂은 운명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훠다의 장편소설 『무슬림의 장례』(전 2권)가 예담에서 출간됐다. 고아에서 베이징 옥기 업계를 주무르는 최고의 옥기장으로 거듭나는 한즈치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 삼대에 걸친 이 이야기를 통해 훠다는 제3회 마오둔 문학상을 받았다. 출간 당시부터 중국 독자들의 이례적인 사랑을 받아 마오둔 문학상 수상작 중 가장 많이 팔린 소설들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고, 중앙인민방송국과 중국국제방송국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소설 전문을 방송하기도 했다.

이 소설에서 고아로 떠돌다가 옥에 사로잡혀 가난한 무슬림 회족 옥기장 량이칭의 도제로 들어가는 한즈치와 량이칭의 아름다운 두 딸―회족의 혈통과 신앙을 고수하면서 몰락한 가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애쓰는 량쥔비와 독립적인 신여성으로 진정한 사랑 속에서 생의 의미를 구하려는 량빙위―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린다. 그들이 굴리기 시작한 그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그들의 아들 한톈싱과 딸 한신웨까지 집어삼킨다.

일제가 침략하기 직전의 중국 베이징과 제2차 세계대전에 휩쓸리기 직전의 영국 런던에서 시작하여 세계대전과 문화대혁명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유유히 이어지는 이 거대한 이야기는 한즈치 일가의 흥망성쇠를 통해 사람이 역사와 운명의 부침 속에서도 성공, 욕망, 꿈, 집착, 사랑, 원한, 분노, 슬픔, 무엇보다 생의 집념으로 그려가는 인생의 장엄한 무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한편으로 얼마나 슬픈지 목도하게 해준다.



세대를 거듭해 이어지는 출생의 비밀
그리고 도저히 잊히지 않는 사랑의 빛과 그늘


『무슬림의 장례』는 ‘옥’과 ‘달’의 장(章)들이 번갈아 이어진다. ‘옥’의 장들에는 한즈치와 량이칭의 두 딸 량쥔비와 량빙위를 중심으로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달’의 장들에는 한즈치와 량빙위 사이의 딸 한신웨를 중심으로 한즈치와 량쥔비 사이의 아들 한톈싱까지 현재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모두 네 번의 장례식이 나오는 이 장편소설을 시간순으로 크게 바라보면, 량이칭의 장례식에서 시작하여 한즈치의 장례식으로 끝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두 죽음 사이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독한 삶과 뜨거운 사랑은 모두의 생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도록 만들어준다. 그러나 운명의 수레바퀴가 지나가는 궤도 안에서 각자 소중한 것을 지키고 인생의 의미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생들이 눈부신 만큼, 우리는 그 생들에 대해 따뜻한 연민을 보내게 되고, 운명과 인생과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옥’의 장에서, 한즈치는 필생의 역작이 될 옥조각을 완성하지 못한 채 억울하게 죽은 사부 량이칭에게 보답하기 위해 사부의 첫째 딸 량쥔비와 혼인하여 사부의 옥기 공방 치쩐자이를 재건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마침내 한즈치는 베이징 옥기 업계의 ‘옥왕’으로 우뚝 서지만 일제가 곧 무자비한 침략을 감행해온다. 중국의 혼란한 정세 속에서 그동안 수집해온 집안의 옥기와 보물들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어려워지자 한즈치는 오랜 친구 사이먼 헌트를 따라 영국행을 고려하고, 량쥔비는 자신의 집안과 혈통과 신앙을 지키면서 어린 아들 한톈싱과 함께 베이징에 남겠다고 결심한다. 그때 량빙위가 항일 운동으로 격렬하던 대학에 다니다가 첫사랑의 배신과 주위의 오해를 견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한즈치의 영국행에 몰래 동행한다. 그러나 영국도 세계대전에 휘말리고, 생사를 함께하는 이국에서의 절망적인 하루하루가 길어지면서 한즈치와 량빙위는 뒤늦게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달’의 장에서, 한신웨는 늘 엄마 량쥔비에게 주눅 들어 눈치만 보는 아빠 한즈치가 가슴 아프고 희미한 기억 속 ‘엄마’와 너무나 다른 량쥔비의 차가운 태도에 상처를 받는다. 한톈싱은 어린 시절의 일이지만, 아버지가 먼저 돌아오고 이모 량빙위가 신웨의 손을 잡고 뒤늦게 대문을 들어섰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날 밤 이모는 혼자 떠났고, 신웨는 이모 대신 량쥔비를 엄마라고 믿으며 자랐다. 톈싱은 자신이 아버지를 잃지 않은 대신 신웨가 엄마를 잃게 된 그 일에 죄책감을 느끼며 집안에서 신웨를 보호하려 애쓴다. 하지만 신웨는 운명적으로 생모가 다니던 대학에 진학하여 꿈에 부풀고 젊은 영문학 교수 추옌차오도 만나게 되는데 이내 심장병으로 쓰러지고 만다.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충돌하고 화해하는
회족 문화와 한족 문화, 전통 문화와 현대 문화,
종교와 이념과 사랑의 풍경들

회족은 중국에서 소수민족들 가운데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종족이다. 당나라 때부터 중국 각지에 정착하기 시작한 회족들은 오랜 시간 자신들만의 전통과 신앙을 유지하며 혈통을 이어왔다. 『무슬림의 장례』에서 량쥔비는 회족의 전통과 혈통과 종교(이슬람교)를 수호하는 강인한 여성으로, 여러 가치관들과 끊임없이 충돌하는 인물이다. 가정을 지배하는 권위자로서 그녀는 회족의 전통 문화 속에서 이슬람교의 금기를 내세워 한즈치와 량빙위를 갈라놓고, 혈통을 이유로 회족인 신웨와 한족인 추옌차오가 가까워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저지한다. 그녀는 회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사회주의 사상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는 신웨의 대학 친구로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신봉하는 작고 야윈 체구의 여학생 정샤오징도 등장한다. 정샤오징은 햄릿과 오필리아의 사랑을 동경하는 사춘기 영문학도로서의 정체성과 이념을 위해서라면 ‘사랑’보다 ‘혁명’이 우선해야 한다는 공산당원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한다. 이처럼 『무슬림의 장례』에는 회족 문화와 한족 문화, 전통 문화와 현대 문화, 종교와 이념과 사랑이 끊임없이 부딪치는 풍경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러나 이런 풍경들은 죽음과 삶 사이에서 화해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수렴되어간다. 

저자소개더보기

훠다 지음, 김태성 옮김

 

지은이 훠다 

중국 회족으로 1945년 11월 26일에 태어났다. 국가일급작가로 베이징에서 거주하고 있다. 1976년부터 문학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1987년에 발표한 『무슬림의 장례』로 1991년에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했다. 1988년에 전국정치협상회의위원이 된 데 이어 제7·8기 전국정치협상회의위원,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 선출됐다.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 부회장, 중화문학기금회 이사, 카이로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미국 오하이오 국제창작센터 레지던스 활동에 참가했으며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10여 국가와 홍콩, 타이완 등지에서 그녀의 작품과 관련한 학술교류회가 개최된 바 있다. 『중국당대명인록』, 『세계명인록』, 『중국작가대사전』, 『중국영화가대사전』, 『중화고금여걸보』 등에 그녀의 삶과 문학, 업적에 대한 기록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옮긴이 김태성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타이완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 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중국 문학 및 인문 저작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문화 번역 관련 사이트인 CCTSS의 고문, 《인민문학》 한국어판 총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풍아송』,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쉬즈위안의 『미성숙한 국가』, 탕누어의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등 중국 저작물 10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2016년에 중국 신문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중화도서특별공헌상을 수상했다.




도서목차더보기

제10장 달의 정
제11장 옥의 재난
제12장 달의 그리움
제13장 옥의 귀환
제14장 달이 지다
제15장 옥의 이별
에필로그 달의 영혼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본문 주요문장더보기

고사포가 굉음을 울리면서 분홍색 화염을 토했다. 공중에서 폭발하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섬광이 오렌지 빛 꽃송이들 같았다. 비행기에서 폭탄이 투하됐다. 폭탄이 터지면서 일련의 벼락 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땅 위에서도 핏빛 붉은 불빛이 솟구쳤다. 공기가 불타고 대지가 흔들렸다. 그들이 살고 있는 건물 전체가 학질에 걸린 것처럼 쉬지 않고 흔들렸다. 식탁 위의 접시들이 튕겨져 올랐다가 다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오랫동안 머리 위를 맴돌던 악몽이 마침내 찾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이전에 전쟁에 대해 천 번 만 번 담론을 벌였지만 막상 전쟁이라는 악마가 눈앞에 다가오자 놀라움과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전쟁은 그토록 무정했다. 전쟁은 애당초 어디가 녹지이고 어디에 신선한 꽃이 있는지, 어디에 살과 피를 지닌 생명이 있는지, 어디에 인류 문명의 정수가 있고 어디에 따스하고 향기로운 꿈과 아름다운 환상이 있는지…… 가리지 않았다. 갑자기 지구가 자전을 멈추고 세상이 이미 종말을 맞은 것 같았다.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다.
―2권 246쪽
 

암흑은 막막하고 끝이 없었다. 그 터널이 얼마나 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쉬려고 하지 않고 계속 앞을 향해 기어갔다. 거미줄이 얼굴에 걸리고 머리 위에서는 박쥐들이 날개를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마침내 생명체를 만난 것에 몹시 기뻐했다. 거미와 박쥐에게 그곳이 인간 세상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실망하고 말았다. 얼굴에 걸린 것은 자신의 머리카락이었고, 쉭쉭거리던 소리는 박쥐의 날갯짓 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숨소리였다. 악마의 굴에는 그녀 외에는 어떤 생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헐떡이면서 잠깐 움직임을 멈추고 힘을 모았다. 자신의 피가 다 흘러나오기 전에, 근육과 뼈가 다 절단되기 전에 앞을 향해 더 나아가야 했다.
―2권 5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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